『목천에게 배우는 흙집 짓는 법』은 흙집 DIY 책이다. 책만 보고도 스스로 흙집을 지을 수 있도록 자세한 설명과 풍부한 사진 자료를 실어 흙집 짓는 법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책만 보고도 흙집을 지을 수 있는 것은 자세한 설명과 풍부한 사진이 있어서라기보다 흙집 짓는 공법이 워낙 쉽고 단순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흙집을 지어가는 순서로 구성되었다. 많은 사진을 곁들여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너무 길어 산만한 부분이나 강조할 부분은 ‘요점 정리’를 통해 읽는 이를 배려했으며, 흙집 꾸미기는 물론 부록을 두어 간략하나마 집터 잡는 법과 건축 허가에 필요한 과정 그리고 흙집 지을 때 필요한 공구까지 설명했다. 그러고 나서도 안심이 안 되는지 지은이는 이 책을 보고 나서 이미 지어진 흙집을 견학, 관찰할 것을 권하고 있다.
또한 지은이는 흙집을 지을 때 가족끼리 짓거나 친구와 품앗이로 지을 것을 권한다. 그래야 정성이 들어가고 정성이 들어간 만큼 의미가 있다고 한다.
1. 책 보고 집 짓는 게 정말 가능할까?
혼자 흙집을 지으며 『어느 시인의 흙집일기』라는 책을 펴낸 전남진 시인을 비롯한 많은 제자들이 목천흙집연구소에서 4주 20일 흙집 짓기 교육을 마치고 흙집을 지었다. 전남진 시인은 자신이 펴낸 책에서 “그리 큰 기술이 없어도, 한 번도 집을 지어본 경험이 없어도 자연 속에 혼자 집을 지을 수 있다는 것까지만 증명했습니다”라고 쓰고 있다. 그만큼 짓는 법이 쉽고 단순하다는 것이 목천흙집의 장점이다. 전기배선의 경우 흙벽을 파내고 전선을 넣은 다음 흙으로 메우면 되는 정도로 쉽고 단순하다. 설계도 일반 종이에 스케치 하듯 그려놓고 지어도 될 정도다.
2. 왜 황토집이 아니고 흙집일까?
예부터 황토집이라는 말은 없었다. 우리 조상들은 흙벽돌집이든, 토담집이든 그냥 흙집이라고 했지 굳이 황토집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황토가 몸에 좋다고 하니까 황토가 들어간 여러 가지 상품이 나오고, 흙집도 어느새 황토집이 되었다. 지은이는 황토가 좋은 흙임에는 틀림없지만, 사람이 비료나 농약으로 오염시킨 흙만 아니라면 생명을 길러내는 모든 흙은 흙집 재료로 괜찮다는 게 흙집이라는 이름을 고집하는 첫째 이유고, 황토집이라는 이름은 지나치게 상업적인 느낌이 들어 싫다는 게 그 다음 이유라고 한다.
3. 목천에게 배우는 흙집 짓는 법은 뭐가 다른가?
목천흙집은 옛 흙집의 단점을 없애고 장점을 극대화했으며, 새로 개발한 공법을 더해 내구성, 견고성, 건축과 거주의 편의성, 경제성, 건축미까지 고루 갖춘 자연 친화적인 생태주택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흙집에 굳이 ‘목천’이란 이름을 붙였다.
목천흙집의 특징을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흙과 돌, 나무 등 재료를 자연 그대로 사용한다. 목천흙집은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고 구하기 쉬운 재료로 지으며, 그 재료도 거의 가공하지 않는다. 짓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허물어 그 재료로 다시 지을 수도 있고, 흙집에 살다가 명이 다해 저세상으로 갈 때는 그대로 허물면 무덤이 될 정도다. 따라서 건축비가 아주 적게 들며, 건강에도 좋다.
둘째, 원형을 기본으로 한다. 흙집은 원형으로 짓는 게 가장 튼튼하다. 원형으로 지으면 벽에 가해지는 힘이 고루 분산되어 다소 균형이 맞지 않더라도 무너질 염려가 없다. 하지만 원형을 기본으로 하면 다른 모양의 흙집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셋째, 반죽한 흙을 40cm 두께로 쌓아 흙벽을 만든다. 반죽한 흙을 망치로 두드려가며 두껍게 쌓기 때문에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튼튼하다. 또 단열 효과가 뛰어나 냉난방비가 아주 적게 들며, 스스로 습도 조절을 해준다.
넷째, 나무를 기둥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흙벽에 통나무를 잘라 넣는 ‘목천목 공법’으로 짓는다. 목천흙집에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기둥이 없다. 이 공법은 건축의 상식을 뛰어넘는 것이며, 건축사에 유례가 없는 공법이다.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소나무는 휜 것이 대부분이라 목재보다는 땔감으로 많이 쓰는데, 40cm 길이로 잘라서 사용하니 유용한 건축 재료가 되었다. 이 목천목은 밋밋한 흙벽의 단순함을 보완하여 건축미를 더하는 것은 물론 집 안 공기를 정화하는 역할을 한다. 또 그윽한 솔향과 함께 사람에게 이롭다는 성분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다섯째, 자연 친화적인 흙물 도배를 한다. 사람들이 흙집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이유가 물기에 약하다는 것과 흙이 묻어나거나 흙먼지가 생기는 점이다. 지은이는 선조들이 해초나 찹쌀로 풀을 쑤어 흙벽에 바르던 것을 복원, 목천흙집에 적용하여 문제를 해결했다.
여섯째, 누구나 쉽게 배워 자기 스스로 흙집을 지을 수 있을 만큼 짓는 법이 쉽고 단순하다.
그밖에도 지붕을 올리는 데 쓰는 요철통은 지은이의 발명품이고, 지붕 재료로 나무를 켤 때 나오는 피죽을 사용한 것과 굴뚝에 배출기를 달아 구들 놓는 법을 획기적으로 쉽고 단순하게 만든 것은 지은이의 창의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4. 이 책을 쓴 이유
흙집을 짓고는 싶은데 교육받기 위해 한 달씩 시간을 내기 어려운 사람들의 성화가 첫째 이유다. 지은이는 그동안 교육을 받고 직접 흙집을 지었던 제자들과 대화를 통해 책으로도 목천흙집 교육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어 이 책을 쓰기에 이르렀다. 또 교육을 받은 이들도 막상 흙집을 지으려면 기억이 가물가물해 애를 먹었다는 말을 듣고 용기를 냈다고 한다.
둘째, 제대로 된 흙집 짓는 법을 알릴 필요가 있었다. 지은이가 흙집 짓는 법을 가르치기 시작한 지 10년이 넘다 보니 많은 이들이 지은이가 개발한 공법으로 흙집을 짓거나, 지은이에게 배운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흙집 짓는 법을 가르치는 일이 생겨났다. 지은이가 개발한 원리나 의도를 제대로 알고 발전시킨다면 문제가 없을 텐데, 흙벽에 시멘트 가루를 섞는다거나 콘크리트로 기초공사를 하는 등 원리를 잘못 이해하고 흙집을 지어 좋지 않은 인상을 심어줄까 염려되어 흙집 짓는 법의 원리와 이유를 제대로 밝히기로 결심했다.
셋째, 지은이 스스로도 흙집 짓는 법을 정리할 필요성을 느꼈다. 건축 공법은 특허 사항이 아니라 해서 특허를 받지는 못했지만, 원리와 의도를 밝히고 용어들을 통일시키면 흙집이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많은 이들의 관심과 노력으로 흙집이 더욱 발전한다면 흙집 짓기에 평생을 바친 지은이의 노고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
5. 지은이 소개
1954년에 태어난 목천(木川) 조영길은 성균관대학교 미대를 중퇴하고 흙집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흙집을 찾아 전국을 떠돌며 몸으로 배우고 깨우쳐 목천흙집 공법을 개발했다. 1994년 강원도 횡성에 ‘목천흙집연구소’를 개원하여 320명(1기~19기)을 가르쳤고, 2002년에는 전남 화순으로 옮겨 ‘흙집세상’을 개원하여 지금도 문하생을 가르치고 있다.
흙과 나무와 돌로 짓는 친환경 생태주택, 누구나 자기 손으로 쉽게 지을 수 있는 집, 건축비와 유지비가 아주 적게 드는 집, 건강에 좋은 집, 튼튼한 집…. 이 모든 것이 목천흙집의 특징이다. 이런 흙집을 개발한 저자의 바람은 자연을 꿈꾸는 사람들이 스스로 목천흙집을 지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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